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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johnpark_binter 2018. 11. 15. 14:58

벚꽃


가로등불이 투과되어 보이는 벚꽃은 마치 발레리나 같다.

실루엣 사이로 비추는 불빛이 영롱하다.


가로등불을 반사하고 있는 벚꽃은 흡사 부채춤을 추는 무희같다.

나풀 나풀 나비 옷을 연상케 한다.


꽃을 비추는 불빛은 꽃잎에 부딪혀 물보라 처럼 산산히 비산한다.


도로 이편과 저편에 있는 벚꽃이 어쩜 이렇게 이질적일 수 있을까?

본질은 같아도 현상이 다르면 의미는 각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태양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도 못하고 있는 새벽 길을 걷다가 도로 양편으로 도열해 있는 벚꽃 군상들을 무심한 눈으로 보게 되었다.

아니 보여졌다는 것이 맞다.

내가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 시선 속으로 들어 온 것이니까.


걸어 가면서 바라보는 발레리나의 모습은 한 쪽 다리를 치켜올리는 아라베스크와 사뿐 사뿐 뛰어 오르는 발롱의 연속이다.


숨어있던 해가 부끄러운지 햇살을 먼저 보내는 지금은 여명의 시간.

벚꽃은 더 이상 발레리나도 부채춤을 추는 무희도 아니다.

동막골의 바로 그 팝콘이다.

어둠이 가시자 그들은 일제히 팝콘이 되어 내게 달려든다.

장관이 따로 없다.

모든 꽃 송이 송이들이 절규하는 시위대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 영상의 장면처럼 슬로우모션으로...


아침이 밝았다.

벚꽃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 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의 술래가 된 기분이다.

그저 하얀이를 드러내고 웃기만 할 뿐 그들은 이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인가 보다.